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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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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KBS교향악단 제799회 정기연주회 (2월 24일) 오보에 : 프랑수와 를뢰 지휘 : 미하엘 잔데를링 사실 이 공연, 레파토리만 보고 헤헤 모차르트 헤헤 하면서 샀습니다. 솔로이스트가 누군지, 지휘자가 누군지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이 예습도 거의 안 하고 갔는데요. 결론만 말하면 피리부는 아저씨한테 홀려서 따라 나갈뻔 했습니다. 1부, 모차르트의 오보에 협주곡입니다. 너무 잘 아는 곡이라 예습 안 하려고 했는데 예의상 를뢰가 취입한 반이 있길래 한번 듣고 갔습니다. 그런데 이거 음반이랑 실황의 갭이 너무한거 아닌가요. 오보에 첫음 부는데 내적인 '뭐야시1발너누구야'가 튀어나왔습니다. 솔리스트가 갑자기 악단의 멱살을 잡더니 씩 웃으면서 30분을 하드캐리 하더라구요. 그리고 오보에 저만큼 부는 실력이면 어지간한 악단은 끌려가는게 맞을 것 같기도 하구요. ..
감상문, 2024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바그너 '발퀴레' (2월 1일) 작년에 몇 차례 있었던 츠베덴의 서울시향 연주회를 다녀와서 거의 대부분의 감상은 "퇴근 에디션" 아니면 "무식하게 힘만 쓰는"으로 시작하는 다소 부정적인 표현들로 시작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올해 시향 시즌권을 R석 대신 S석으로 끊은것도 있구요. 그런데 올해 시즌 첫 연주회부터 이런 걱정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호연이 나타났으니 바로 2월 정기공연으로 차려놓은 모교40번과 발퀴레 1막이 그것이었습니다. 먼저 모교40. 이건 제가 칼 뵘의 빈필 연주로 정말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곡이라 특별히 예습은 아르농쿠르의 "그 악단" (=로열 콘서트헤보우) 녹음으로 했습니다. 모교40은 템포가 좀 늘어진다 싶으면 지루하기 쉬운 곡이라고 생각하는데, 츠베덴은 1악장부터 마치 금방이라도 뺨에 김치로 싸대기를 날릴 것만 같은..
금융IC카드에 공인인증서 저장하기: 이론과 실제 금융IC카드 표준안에는 공인인증서 저장소가 기본 기능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물론 K-CASH와 마찬가지로 이 기본 기능을 활성화 시켜서 발급하느냐, 죽여놓고 발급하느냐에 따라서 실제로 우리가 발급받은 IC카드의 보안 저장소에 인증서를 넣을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결정됩니다. 이론적인 이야기는 저도 이 이상 알지 못하니, 실제로 공인인증서를 금융IC카드에 넣으면서 겪은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정리해 보려 합니다. 먼저 스마트카드 더미 단말기가 필요합니다. ISO 7810/7816 호환, EMV 호환이라고 쓰여 있으면 얼마 짜리를 사든 상관 없습니다. 금융IC카드 표준 자체가 국제 표준과 호환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베이에서 7~8불 하는 것을 사면 주문한 것을 잃어버릴 즈음 배송되니 느긋하게 기다리면 ..
동대구 고속터미널의 자취를 찾아서 지난 연말에는 동대구역 옆에 번쩍번쩍한 터미날 건물이 올라가고, 근자에는 김천어 선생이 "뻐스와 더불어" 연재를 시작하여 읽다 보니 이런 광고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나라에 고속도로라는 것이 놓이고 고속버스가 인가를 받아서 경인·경부·호남선에 운행을 시작한 것이 물경 오십여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 광고들이 그 고속버스 태동기에 각 운수회사에서 내었던 지면광고를 모아놓은 것입니다. 시기로는 70~72년 정도가 되겠습니다. 서울의 각 고속회사 정류장이 어디인가 하는 것은 김천어 선생이 로작(路作)에서 상세히 밝히어 놓았고,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영남의 관문 대구의 고속버스 정류장은 어디에 있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요즘에야 활동하는 무슨무슨 동호인 하는 사람들이야 대번에 신천동 구 대구고속터미날지..
동대구터미널-이게 무슨 복합환승센터냐 새로 개장한 동대구터미널에 다녀왔습니다. 승하차장 합쳐서 3개 층을 쓴다기에 뉴욕의 그 유명한 PABT도 생각나고, 하도 세계적인 건축가 어디서 설계했다고 언플해대서 얼마나 잘 지어놨길래 저러나 약이 오른 것도 있었습니다. 마침 나가는 길에 살짝 들러서 둘러보고 왔는데, 개장 첫날 시점에서 이건 순 엉터리. 시내버스에서 내려서 일단 1층 하차장 쪽으로 들어갔는데, 너무나 황당하게도 기본적인 안내 표지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여객의 주요 동선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승차장으로 올라가는 길이 구석에 에스컬레이터 한줄만 박혀 있어서 황당했습니다. 복합환승센터를 표방하면 적어도 하차 승객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동대구역이나 지하철역 쪽으로 몰아야 하는데, 동대구역으로 올라가려면 뱅 둘러 나와서 에스컬레이터를 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유감 딱히 슈퍼소닉을 CGV에서 보고 와서 그러는건 아니고, 그냥 음악영화제에서 음악을 조진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주 상영관이 메가박스 제천인데, 사실 여긴 이전에 메가박스 충주와 함께 TTC로 개업했다가 나중에 메가박스 가맹점으로 들어간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T멤버십 할인도 제외되고, 명색이 멀티플렉스 체인인데 상영관도 좁고 의자도 별로고 냉난방도 허접해서 이래저래 심심하면 까입니다. 하여튼 제천 시내에 영화 볼만한 곳이 여기뿐이라 영화제 기간만 되면 주로 여기에서 영화를 틀어 주는데, 마지막에 본 한 작품의 상태가 이건 아무리 봐도 아니었다 이겁니다. 영화제 끝물의 평일에 마술 피리 영상물 무료상영이 있길래 제가 그걸 보러 갔었는데요. 끝물에 오페라라 객석도 텅텅 비어서 아주 쾌적하게 보..
대구시향 제428회 정기연주회에 다녀와서 티켓 인증, 팜플렛 사진, 프로그램 같은건 쿨하게 생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블로그가 무슨 인스타도 아니고 꼬박꼬박 그딴거 인증해봤자 네이버 블로그에 라인 스티커 쓰는 것보다도 못합니다. 사실 이번에 드보르작 8번과 리스트 교향시 전주곡을 들으면서 상임 양반의 취향을 파악한 것 같아서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 코바체프와 금관의 부적절한 관계. 이 대구시향 상임양반 코바체프 선생님께서는 유난히 금관을 세게 때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올 한해 열심히 쫒아다녀본 결과 러닝 타임이 긴 작품에 금관이 나오면 무조건 세게, 청중이 예상하는 세기보다 한 스텝 올려서 빵빵하게 때립니다. 특히 낭만주의 이후 곡들은 더더욱 금관과 타악기를 세게 때리는,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있습니다. ..
SRT의 운임에 대해 지난 8월에 수서고속선 운임이 공개된 것을 엊그저께야 알았습니다. KTX보다 평균 10% 저렴하게 묶어놓았던데, 아무래도 국토부의 언플과 정치권 내 민영화충들의 압박으로 일단 깎아낼 수 있는 부분은 죄다 깎아낸 가격으로 부른 것 같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코레일 건설부채 갚는 데 KTX 승객이 운임의 10%를 기금으로 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늘의 논지는 이쪽이 아니니 넘어갑시다.그렇다면 이 10% 저렴하다는 운임이 과연 절대 다수의 승객이 지불하게 될 실제 운임일까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절대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분명히 KTX에서는 전부 받을 수 있던 서비스 중에 SRT에서는 깎여 나가는 것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깎여 나간 부분은 추가 요금으로 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