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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모음

동대구터미널-이게 무슨 복합환승센터냐

새로 개장한 동대구터미널에 다녀왔습니다. 승하차장 합쳐서 3개 층을 쓴다기에 뉴욕의 그 유명한 PABT도 생각나고, 하도 세계적인 건축가 어디서 설계했다고 언플해대서 얼마나 잘 지어놨길래 저러나 약이 오른 것도 있었습니다. 마침 나가는 길에 살짝 들러서 둘러보고 왔는데, 개장 첫날 시점에서 이건 순 엉터리.

시내버스에서 내려서 일단 1층 하차장 쪽으로 들어갔는데, 너무나 황당하게도 기본적인 안내 표지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여객의 주요 동선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승차장으로 올라가는 길이 구석에 에스컬레이터 한줄만 박혀 있어서 황당했습니다. 복합환승센터를 표방하면 적어도 하차 승객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동대구역이나 지하철역 쪽으로 몰아야 하는데, 동대구역으로 올라가려면 뱅 둘러 나와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것밖엔 보이지 않고, 지하철 환승 통로는 아예 있지도 않더군요. 나중에 신세계백화점 개장하면 지하철 이용 승객이 죄다 백화점 1층으로 몰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도 듭니다.

3층은 더 가관입니다. 1층에서 올라오거나 동대구역에서 들어오거나 마찬가지로 안내 표지는 저 높은 천장에 코딱지만하게 매달아 둔데다가, 자동발매기는 캐시비쪽 물건만 두어대 갖다놓고 역시 어디다 쓰는 물건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안내도 없습니다. 그나마 구 고속터미널에는 터미널마다 두어개씩 갖다뒀던 고속버스조합쪽 자동발매기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보이지도 않네요. 게다가 매표소를 안쪽 깊숙한 곳에 상업구역과 함께 박아넣어서 일단 건물 안으로 쭉 들어가서 번잡한 상업구역을 찍고 나와야 차에 오를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경북수협네거리 쪽에도 지상층과 바로 통하는 큰 입구가 있고, 이쪽으로 들어오면 눈앞에 4층 승차장에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와 매표소 대기줄이 보입니다. 막상 대부분의 승객은 이쪽이 주 동선이 아닐 것 같지만.

4층은 그래도 주 출입구가 아닌지라 혼돈의 카오스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공사가 덜 끝나서 어수선하긴 한데, 상부 승차장에 바로 꽂히는 동선이 없어서 그런지 1층이나 3층보다는 한적하기도 하고, 3층에서 매표소만 들어낸 구조인데 나름 안정감 있는 기분입니다. 당연히 맨벽에 자동발매기 두어개 갖다놓은 클라쓰는 여기도 영원했고.

다시 3층에서 동대구역 쪽으로 나와보았는데, 철도 연결 통로가 꼴랑 문짝 네개짜리 하나라는 사실이 경악스럽습니다. 저는 순수한 마음으로 승차장에서 바로 성동고가차도쪽 출입구 앞에 내려다 주거나, 벽 뜯어내는게 곤란하면 적어도 더운 바람 안 맞게 벽이라도 쳐서 꽂아주는 동선을 기대하고 갔는데, 이게 환승센터에 기대할 만한 설계가 아니었나 자괴감 들고 괴롭기도 하고. 성동고가차도 공사가 끝나면 추가 설비를 통해서 뭔가 노리는 한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터미널쪽 시설 문제야 오늘처럼 안내원을 잘 배치해 놓고 한글로 나눠찍기 해서 유리문마다 뽑아 붙이는 임시 처방이면 변통할 수 있을텐데, 시지방향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로 동선을 연결하는 문제는 심각한 것 같습니다. 대구시에서 세웠다는 교통 대책이라는게 제발 대중교통을 이용하시고 동대구역 근처로 진입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에 교통경찰 몇 명 세워두는 거였다면, 그 사람들이 아직도 월급 받고 있다는 사실에 경의를 표할 따름입니다. 어차피 뜯어낼 터미널인데 쌈박하게 한진터미널 승차장 앞을 임시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사용했다면 이전보다 길어진 신호대기에 하차문에 매달려서 똥줄 안 태워도 될 것이고, 그 좁은 버스베이도 좀 시원해지지 않았을까. 지하차도와 등가교환된 지하철 동대구역 1번 출구를 2번 출구 밑에 넓게 붙이고 한진터미널쪽으로 빼내서 지상 혼잡도를 지하로 나눠주는 정도의 복안은 왜 못 냈나 싶고.

지하철 연결은 아직 백화점 내부 구조를 못 봐서 재고의 여지는 있습니다. 백화점 지하층과 지하철 대합실 연결 통로가 있는 것으로 보아서 일단 백화점 안에 진입하면 지하철로 자연스럽게 유도될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백화점 닫으면 어떡할건지. 제 상식으로는 하차층에서 백화점 지하층으로 들어가는 계단 하나, 백화점 안 거치고 지하철 대합실로 연결되는 계단 하나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못 본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고 싶은데, 3층의 꼬라지를 보아하니 그런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터미널 외부는 마감 공사가 한참 덜 끝나서 번잡했지만 터미널 내부는 의외로 한산한 분위기였고, 일단은 스무쓰하게 굴러가는 듯 했습니다. 워낙 대합실이 넓기도 하고, 노선이 많긴 하지만 그만큼 배차가 드문 노선도 많아서 승차장도 번잡하지 않았습니다. 길을 헤메는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안내원이 승차장으로 에스코트하는 손님도 많았고.

사실 복합환승센터보다 더 중요한건 구 터미널 자리를 어떻게 지져먹을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환승센터 개업 전에는 그냥 뭉개버리고 상업지구나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환승센터가 영 맘에 안 드는지라 이쪽에 관심이 더 가네요. 뇌내망상은 많지만 버스회사 예비 주박지로 조금 남겨놓고 동대구역 구름다리, 주차타워, 버스-지하철 환승센터로 활용하는 공사를 들어가야 하지 않나 싶은데 죄다 공사비나 토지매입비가 엄청날 것 같군요. 신세계한테 이런걸 기부채납 받았어야지. 하여튼 대구시 교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