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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郵政)의 무대/우표

자동판매기의 프라마 라벨(전자 자동판매 우표)

제가 여행지에서 꼭 들르는 곳이 몇군데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당연히 우체국입니다. 이베이도 있고 요즘은 우정사업자들이 월드와이드 쉽핑을 걸어 놓는다고 해도 입수할 수 있는 우표가 한정되어 있어서, 웬만하면 우체국 들러서 우표를 사면서 구경도 하고 오곤 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독일에 살 적에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중앙우체국이 있어서 우체국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렸는데, 그 때 마구 사모았던 우표 중에 한국에서는 판매한 적이 없었던 특이한 종류의 물건이 있습니다. 창구에서 구입한 우표는 아니고, 포스트방크 ATM 옆에 이상한 기계가 있길래 만지작거리다가 잔돈 넣고 뽑은 프라마 라벨(전자 자동판매 우표)입니다.

위쪽은 베를린 독일연방우정(서베를린)이 1986년 5월 4일자로 발행한 프라마 라벨입니다. (MiNr. 1)액면은 5 페니히부터 99.95 마르크까지 있으며, 수집하는 분들은 액면별로 모으는 모양이더군요. 저는 어쩌다 보니 입수한 물건이라 10페니히 낱장만 있습니다. 도안은 베를린의 아름다운 샤를로텐부르크 성 입니다. 하단 두 장은 도이체포스트가 2008년 10월 24일자로 발행한 프라마 라벨 2종입니다. (좌 MiNr. 7, 우 MiNr. 6) 액면은 1 센트부터 36.75 유로까지입니다. 도안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우)과 본 포스트타워(좌)인데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색깔 때문인가... 뒷면엔 풀이 발려 있어서 대충 침 발라 붙이면 됩니다. 장점이라면 다기능증지처럼 열전사식이 아니라 오래 보존할 수 있고, 스티커가 아니라 우표책에 보관하기 좋다는 점이 있겠고. 단점은 액면 선택해서 뽑는게 되게 귀찮습니다.

이 물건은 어떻게 판매되는고 하니, 옛날 지하철 표 끊어주듯이 용지가 둘둘 말려있고 액면을 선택하면 즉석에서 용지에 액면을 찍어 잘라 주는 방식입니다. 두루마리 우표와 달리 여러 액면을 판매할 수 있고, 무액면우표를 더럽게 안 찍기로 유명한 독일에서는 우편 요금이 인상되어도 다량의 저액면 우표를 구비할 필요 없이 가까운 자동판매기에서 숫자만 누르면 우표가 튀어나오기 때문에 이모저모로 유용하기도 합니다. 유럽 국가들이 이런 물건을 많이 운용하고 있고, 호주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미국엔 현재 프라마 라벨이 없습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과 홍콩 우정당국이 프라마 라벨을 사용하는 모양인지 종종 이베이에 올라오곤 합니다. 우본은 우편요금 체계나 정비하고 무액면우표나 많이 찍어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