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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모음/철도청(鐵道聽)

SRT의 운임에 대해

지난 8월에 수서고속선 운임이 공개된 것을 엊그저께야 알았습니다. KTX보다 평균 10% 저렴하게 묶어놓았던데, 아무래도 국토부의 언플과 정치권 내 민영화충들의 압박으로 일단 깎아낼 수 있는 부분은 죄다 깎아낸 가격으로 부른 것 같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코레일 건설부채 갚는 데 KTX 승객이 운임의 10%를 기금으로 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늘의 논지는 이쪽이 아니니 넘어갑시다.

그렇다면 이 10% 저렴하다는 운임이 과연 절대 다수의 승객이 지불하게 될 실제 운임일까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절대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분명히 KTX에서는 전부 받을 수 있던 서비스 중에 SRT에서는 깎여 나가는 것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깎여 나간 부분은 추가 요금으로 징수해야 지속 가능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겁니다. 

수서고속철도가 아웃소싱이나 이런저런 이용료 명목으로 지출하게 될 운영비용이 있습니다. 일단 철시공에 선로 이용료와 차량 임대료를 지불합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그림입니다만... 또한 수서고속철도가 직통운행하게 될 구간은 코레일이 관제하는 구간이고, 역사 내 영업도 코레일이 전담하고 있어 코레일에 업무 위탁의 형태로 발권 수수료나 관제 수수료 등을 떼일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같은 구간을 운행해도 운임 수입이 적을 뿐더러, 이게 전부 수서고속철도의 이익으로 잡히지 못하고 이런저런 납부금이 생각보다 많이 뜯기는 것입니다.

수서고속철도는 필연적으로 운행 외적인 부분에서 귀찮음을 강요하고, 집요하게 사소한 부분까지도 수수료를 요구해서 실제 운임요금은 코레일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이를테면 코레일도 열심히 밀어주는 모바일 셀프 발권이나 홈티켓 같은 것은 기본으로 장착하고 나옵니다. 사실 셀프 체크인은 그린 운운하면서 요즘은 기본이긴 하지만, 역사 내 무인발권기를 아예 치우고 셀프발권 아니면 현장발권수수료를 요구하는 악독한 방안도 있겠습니다. 무인발권기를 치워버리는 것으로도 기계값 조로 돈백만원이 빠지고,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맨파워도 아낄 수 있으니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봅니다. 좌석 지정 수수료도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자유석 베이스에 일부 좌석지정실을 운영하고, 특실은 좌석지정을 필수로 만들어 버리는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자유석이 넘쳐서 입석을 세우든, 콩나물시루같은 입석에 지친 승객들이 좌석지정을 받고 돈을 내든 결국 회사는 돈을 벌게 되는 것입니다. 비첨두시에는 자유석 위주로 싸게 후려치고, 첨두시에는 지정석만 깔고 거기에 입석도 받는 창조경제도 실현할 수 있겠군요(...) 코레일 위탁발매분에 위탁발매 수수료를 붙여도 재밌겠네요. 마른 운임을 쥐어짜서 수수료를 만드는 유럽의 R모 항공사를 보면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창조적인 수수료를 이미 구상하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하여튼 수서고속철 운임은 저렴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여러 가지 수수료를 만들어서 평균 운임요금은 코레일 수준으로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업이 이윤을 포기하면 또 그건 나름대로 배임이라, 언제까지나 땅파먹고 장사할 수는 없겠지요. 다른 글 써야 하는데 블로그에 똥글이나 싸고 있으니 이것도 배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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