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교향악축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 클라리넷 : 김한
- 지휘 : 다비드 라일란트
이 날은 여러모로 편안하게 듣고 올 수 있었던 공연이었습니다. 먼저 레파토리 선정부터, 어려운 곡 안 하고 맨날 듣던 곡 안 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였습니다. 1부에서는 임형섭의 하윌라, 그리고 장 프랑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선보였습니다. 현대곡이라고 하면 뭐가 튀어 나올줄 몰라서 듣는 사람 참 괴로울 때가 있는데, 이 날은 마치 영화음악처럼 상당히 이미지 중심적이고 귀에 잘 감기는 곡들이었습니다. 특히 클라리넷 협주곡은 솔리스트가 이야기한 대로 "독주자는 죽을것 같고 듣는 사람은 편안한" 음악이었는데, 솔리스트의 훌륭한 기량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면서 현대곡에 대한 편견도 부수는 시간이었습니다. 2부 슈베르트는 메모를 하나도 안 해놔서 기억이 안 나네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6/21)
- 피아노 : 시몬 트릅체스키
- 지휘 : 바실리 페트렌코
1부 브람스 피협에서는 동화의 나라로 데려가려는듯 다소 먹먹한 사운드가 당황스러웠습니다. 정말로 이거 외에는 아무런 감상이 없을 정도로 당황스러웠네요. 오히려 앙코르로 들려준 마케도니아 춤곡과 브람스 5중주곡에서는 깔끔하고 명료한 사운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되어 놓으면 이 갑갑한 브람스의 과실이 몇대 몇인지 알 수 없게 되는데... 이날 앙코르가 오히려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흔히 앙코르로 독주곡을 하기 마련인데 실내악을 선정한 사유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2부의 드보르작 8번에서는 객석을 장대한 들판으로 데려가는 호쾌한 사운드가 좋았습니다. 목관의 안정감도 훌륭했구요. 이날 금관도 인상적이었는데 1부 2부 통틀어서 단단하게 조직되어 있었습니다. 목관 금관이 얼마나 좋았는지 두 번이나 메모해 놨네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7/10)
- 피아노 : 스티븐 허프
- 지휘 : 김은선
솔리스트와 지휘자 둘 다 시향 정기연주회에서는 구면이네요. 지난번에 둘 다 대단히 좋은 인상을 남겨놓고 가서 큰 기대를 안고 갔습니다. 1부에서는 혼자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고독한 피아노와, 반대로 감정선이 풍부한 오케스트라가 주거니받거니 하는게 정신이 번쩍 들게 했습니다. 다만 허프가 피아노를 진짜 잘 치긴 하는데 예전에 베토벤때처럼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잘하는 느낌이 없어서 인터미션이 되니 적잖이 아쉬웠습니다. 2부는 정말로 객석을 동화의 나라로 데려가 버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약간 음악적인 지구마을의 모먼트랄까.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8/30)
- 피아노 : 에스더 유
- 지휘 : 투간 소키예프
- 예습음반 :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 - 정경화/앙드레 프레빈/LSO
1부는 솔직히 프로코피예프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예습을 더 했어야 했는데... 그런데 이 프로코피예프의 거친 바람을 솔리스트가 유연하게 헤쳐나가는데서 연주 정말 기똥차게 잘하고 지휘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은 2부 메뉴가 전람회의 그림이었는데, 그동안 시향에서 본 적 없는 우아한 톤으로 지극히 회화적인 풍경을 그려내는 데서 문자 그대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옆자리 대구에서 오신 의사 두 분 중에 제 옆에 앉은 분이 음악을 참 많이 들으신 것 같던데, 좋은 말씀 귀동냥 많이 했습니다. 프로코피예프 2악장 끝나고는 탄식을 하시던데 도대체 얼마나 더 들어야 그 정도 느낄 수 있을지, 갈 길이 아직 머네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9/6), 서울시향 실내악 (9/7)
- 바이올린 :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 지휘 : 한누 린투
- 예습음반 :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 이작펄만/카를로마리아쥴리니/시카고심포니, Szeryng/피에르몽퇴/LSO, 그뤼모/콜린데이비스/필하모니아, 정경화/사이먼래틀/빈필, 아이작스턴/토마스비첨/로얄필, 하델리히/WDR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5번 - 하이팅크/LSO
큰 기대와 함께 시작한 1부에서는 솔리스트 소리가 오케스트라에 잡아먹히는 불상사가 발생했네요. 이거 저번에 말러 가곡 할 때랑 비슷한 느낌인데... 그 와중에도 단정하고 독일적인 맛이 잘 살아서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솔리스트가 범상치 않네요. 어디 산보 가는 것처럼 아주 편안하게 끌고 나가던데. 선생님 실례가 안된다면 마스터클래스 하나만 해주십시오. 2부 쇼스타코비치는 탄탄하게 몰고 나가는 느낌에, 곡이 어렵지 않게 느껴져서 대단히 잘 된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닌가, 그냥 힘으로 밀어붙인건가...) 브람스에서 전체적인 앙상블이 제대로 잡히지 못한 느낌이라 브람스가 샌드위치된 프로그램 자체가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특히 다음날 실내악에서의 미친 브람스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구요.
- 바이올린 :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참 나, 토요일 실내악은 모차르트 보고 갔다가 브람스에 후드려 맞은 꼴이 되었습니다. 모차르트가 후졌다는게 아니고 브람스가 정말 기가 막히게 좋았습니다. 금요일 1부에서도 느꼈지만 독일적인 음악 전통을 아주 잘 드러낸 브람스였다고 해야 하려나. 하여튼 소레와,, 아레다! 같은 얘기이긴 하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질감의 브람스였습니다. 요새 거듭 얘기하는 거지만 실내악이라는건 밴드뮤직이라서 연주자간 합이 얼마나 잘 맞았느냐가 중요한데 이날 정말 합이 잘 맞았다. 그래서 선생님 제가 브람스 6중주 판을 샀는데 집에 가시기 전에 마스터클래스좀…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9/13)
- 플루트 : 김유빈
- 지휘 : 리처드 이가
이날 공연 전에 지휘자 양반이 내가 오늘 시대연주를 못 하니 니들이 시대관객이라도 해라, 하면서 시작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메뉴가 전부 고전 시대 레파토리였는데, 이거 다 듣고 나니 오늘 공연 혹시 다음날 실내악을 위한 지휘자의 몸풀기가 아니었나 싶어서 실내악 예매 안 한걸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현대 악기를 쓰는 오케스트라를 데리고 할 수 있는 최선의 시대연주를 보여주려는 정성을 미리 알았더라면 실내악부터 예매했을텐데.
KBS 교향악단 정기연주회 (10/18)
- 바이올린 : 김수연
- 첼로 : 한재민
- 피아노/지휘 : 정명훈
- 예습음반 : 베토벤 삼중협주곡 - 정트리오/필하모니아/정명훈
공교롭게도 24년 봄에 서울시향이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간 베토벤 삼중협주곡을 KBS에서 또 해 준다고 하니 당연히 가야겠죠?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정마에와 정마에보다 기대되는 솔리스트들 두둥둥장. 시향 공연에서는 솔리스트 개개인이 너무 잘 하는데도 불구하고 셋 다 루키라 그런지 앙상블 측면에서 큰 인상이 남지 않았다면, 이번엔 나뭇가지들이 햇빛을 가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서로를 빛나게 해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게 경험에서만 나올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한재민 선생님은 깊이가 도대체 얼마나 깊은 것인지. 정말 대단한 솔리스트입니다. 그리고 역시 정마에는 오페라좌 출신 아니랄까봐 드라마틱한 곡에서도 대단한 강점이 있습니다. 사람 홀리는 음악을 하네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10/24)
- 바이올린 : 클라라 주미 강
- 지휘 : 얍 판 츠베덴
- 예습음반 : 이작펄만/LSO/앙드레프레빈, 정경화/로얄필하모닉, 베를린필/캬라얀
강주미 선생님은 처음인데, 마치 정경화 선생님 젊었을때 레코딩을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대나무처럼 힘있고, 바람 불면 흔들릴줄 아는 그런 손나칸지. 얍아저씨의 베토벤은 지난해 연말에 혹평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제는 지휘자의 의도를 악단이 어느 정도 알아들은 느낌이라 그때만큼 꼴보기 싫진 않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베토벤에선 곡 중간중간 우리가 남이가! 느그 작곡가 빈 살제! 하고 설렁설렁 넘어가는 부분이 아쉽긴 합니다. 베토벤은 하꼬즈시처럼 빈틈없이 꽉 눌러 채운 느낌으로 빠듯하지만 선명하게 풀어주는게 좋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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