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보에 : 프랑수와 를뢰
- 지휘 : 미하엘 잔데를링
사실 이 공연, 레파토리만 보고 헤헤 모차르트 헤헤 하면서 샀습니다. 솔로이스트가 누군지, 지휘자가 누군지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이 예습도 거의 안 하고 갔는데요. 결론만 말하면 피리부는 아저씨한테 홀려서 따라 나갈뻔 했습니다.
1부, 모차르트의 오보에 협주곡입니다. 너무 잘 아는 곡이라 예습 안 하려고 했는데 예의상 를뢰가 취입한 반이 있길래 한번 듣고 갔습니다. 그런데 이거 음반이랑 실황의 갭이 너무한거 아닌가요. 오보에 첫음 부는데 내적인 '뭐야시1발너누구야'가 튀어나왔습니다. 솔리스트가 갑자기 악단의 멱살을 잡더니 씩 웃으면서 30분을 하드캐리 하더라구요. 그리고 오보에 저만큼 부는 실력이면 어지간한 악단은 끌려가는게 맞을 것 같기도 하구요. 다만 이게 후반으로 갈수록 악단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까지 줄 정도라 엄청난 플러스 효과까지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호른 삑사리는 2연타 안타까웠습니다. 하여튼 1부에서는 인간적으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표현이며 기교며 훌륭한 솔리스트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2부는 피리부는 아저씨가 객석에 앉은 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8번. 이건 예습을 못 했습니다. 모차르트만 듣고 나올 요량으로 안 한것도 있긴 한데. 어지간한 곡 들어서 시각적 경험을 한 적이 잘 없는데요, 1악장 시작과 동시에 엄청나게 또렷한 이미지를 빚어냈습니다. 초반부에는 황량한 캔버스에 드문드문 무언가 흔적을 남긴 이미지를 남겼구요. 중반부에서는 구원을 갈망하는 몸부림 같은 이미지를 올리더니 마지막에 모든게 사그러들면서 가슴팍을 툭 치고 가는데 오랜만에 긴 여운이 남는 교향곡이었습니다. 지휘자와 악단의 손발이 척척 맞아서 곡도 잘 이해된 느낌인데다가 한 시간짜리 대곡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1부와 반대로 내가 악단의 집중력을 못 쫒아가는거 아닌가 싶었네요. 여운을 음미해야 할 곡에서 빠른 박수 빌드업으로 흥을 깨는게 대부분인데, 관객의 박수도 아주 늦게 나와서 음악 외적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N쿄는 서너번 보는 동안 KBS교향악단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종종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쇼스타코비치에서 상당히 단단한 악단이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가을에 정마에와는 또 어떤 앙상블을 보여줄지 대단히 기대가 됩니다.
(2024년 3월 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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