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에는 동대구역 옆에 번쩍번쩍한 터미날 건물이 올라가고, 근자에는 김천어 선생이 "뻐스와 더불어" 연재를 시작하여 읽다 보니 이런 광고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나라에 고속도로라는 것이 놓이고 고속버스가 인가를 받아서 경인·경부·호남선에 운행을 시작한 것이 물경 오십여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 광고들이 그 고속버스 태동기에 각 운수회사에서 내었던 지면광고를 모아놓은 것입니다. 시기로는 70~72년 정도가 되겠습니다. 서울의 각 고속회사 정류장이 어디인가 하는 것은 김천어 선생이 로작(路作)에서 상세히 밝히어 놓았고,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영남의 관문 대구의 고속버스 정류장은 어디에 있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요즘에야 활동하는 무슨무슨 동호인 하는 사람들이야 대번에 신천동 구 대구고속터미날지를 이를 것입니다만, 실은 그보다 더 이전에 대구 시내 각지에 고속버스 터미날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저 광고가 넌지시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대구 터미날지를 알아보겠다고 70~72년 사이의 대구지역 항공사진을 찾아보았는데 얄궂게도 딱 그 시기에는 항공사진 촬영이 없었고, 1:50,000 지도도 1967년도 11월에 촬영한 항공사진을 토대로 1969년에 최초 작성한 것밖에 없어서 정확한 터미널지는 짚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 먼저 우리의 개그린 버스, 코리아그레이하운드의 터미날은 어디에 있었는가. 광고상으로는 신암동 경대입구와 신암동 대구공고앞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신암동 경대입구가 곧 신암동 대구공고앞이나 번짓수가 없어놔서 그 정확한 위치를 짚어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일단 터미날지로 몇 곳을 비정하여 볼 수가 있겠습니다. 첫째가 현 한국장학재단(교보생명빌딩) 근처이고, 둘째가 현 대구은행 신암동지점 근처이고, 셋째가 아양로 길건너(당시 4번국도) 현 제일안과병원 자리이겠습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서 제공하는 신문기사에서도 그 위치를 정확히 알아낼 수가 없어서 대충 공고네거리 근처이겠다는 것까지만 알아낼 수 있어서 아쉽다고 하겠습니다. 하여간 공고네거리 근처에 있다가 72년이 가기 전에 신천동 동대구역 앞으로 이전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중앙고속터미날은 76년 완공)
다음으로 광고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경부고속국도가 대구-부산 구간을 개통했을 때 대구-부산간 고속버스를 운행했던 한진과 동양의 터미날지를 비정해볼 차례입니다. 사실 이쪽은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로 아주 손쉽게 찾아내었는데, 기사에서는 "그런데 고속버스 대구시발점은 시내 한전경북지점옆이다"라고 적어두고 있습니다. 아마 동인동1가의 한국전력 대구경북건설본부 근처가 아닐까 하는 추측만 해 보고 있습니다. 아마 이곳을 잠시 사용하다가 신천동 327번지에 그 웅장한 한진터미날을 짓고(72년 완공) 옮겨간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마지막으로 소위 벤즈고속의 터미날은 어디였는가 하는 문제는 아주 쉽게 해결을 보았습니다. 처음 한일·광주고속은 동인동로타리에서 운행하였다고 하는데 정확한 위치는 역시 나와있지 않으나 얼추 구 대구시청별관 즈음이 아니면 지금 병원이 들어앉은 자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50,000 지도를 보니 이 즈음에는 아직 동인동로타리가 삼거리였는데 그러한 것은 차치하고. 하여튼 일후에 천일·한남 2개사도 공동배차를 실시한다는 광고에서는 구16헌병대로 터미날을 옮긴 것이 보이는데, 이곳은 뜻밖에 김천어 선생이 지금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옆 경북광유 주유소 있는 자리라고 알려주었습니다. 하여튼 이 벤즈고속 시절부터 한지붕 두집살이를 해서인지, 기억하시는 분들은 기억하시겠습니다만, 그 동대구 지하철역 위의 금호고속 터미날(74년 완공)에는 천일고속도 간판도 함께 걸렸더랬습니다.
대구I.C가 동대구분기점 자리에 생긴 것이 69년도이고, 서대구I.C가 팔달교에 생긴 것이 70년도 서울-부산 전구간 개통때이니 동대구 터미날 시대를 열기 전 사오년간을 대구 시내 널찍하지도 않은 자리에 회사마다 터미널이 비집고 들어앉아 서울행이네 대전행이네 나중에는 호남선까지(대구-전주선이 70년 12월 30일에 운행을 개시함) 손님을 태우고 짐을 부리고 하였으니 얼마나 혼잡하였을지 어렴풋이 짐작이 갑니다. 박통때 허허벌판에 터미널과 역만 덩그러니 서있던 동대구에는 지금 새 터미날이 생겨 3층 층층마다 승하차장이 나고 빵집에 다방에 연쇄점에 백화점도 널찍한걸 생각하면 하여튼 세월이 무상합니다.
※ 여담으로 당시 지면광고를 보면 대전 터미날은 용전동 동부정류장으로 옮기기 전에 대전역전 시장 건너, 대전 전매청 앞(지금 대전역 북쪽 KT&G 지사)으로 나와있고, 부산 터미날은 조방으로 옮기기 전에 부산역 앞, 초량전화국 앞(지금 부산역 앞 KT) 등으로 나와 있는데 이 주변이 지금 얼마나 번잡하고 맥히는 곳인가를 생각하면 참으로 가엽고 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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